예술가의 도서관 1

분류하는 눈

도감과 이미지의 책들

세밀화 도감과 사진책을 나란히 놓고, 관찰과 배열의 방식을 살피다
구본창 《Good-bye Paradise》 2점 함께 전시

갤러리 더 스페이스중학은 2026년 11월 4일부터 15일까지 1층 전시장에서 《예술가의 도서관 1: 분류하는 눈》을 개최한다. 스페이스중학 사진연구소가 전시 기획과 도서 선정을 맡았으며, 세밀화 도감과 사진책을 중심으로 구본창의 《Good-bye Paradise》 작품 2점을 함께 소개한다.

《예술가의 도서관》은 작가 이원균이 오랫동안 수집해온 1,100여 권의 국내외 도서에서 출발한다. 첫 번째 전시는 그중 주제에 맞춰 고른 10여 권의 책을 통해,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함께 바라볼 때 생겨나는 관계에 주목한다. 개별 도서를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책을 고르고 연결하는 시선을 관람객과 나누는 자리다.

전시의 중심에는 식물과 곤충, 나비 등을 세밀하게 그린 도감이 놓인다. 잎의 윤곽과 날개의 무늬를 자세히 살펴보면 처음에는 비슷해 보이던 대상들의 차이가 드러난다. 도감의 그림과 이름, 배열은 대상을 알아보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무엇을 관찰하고 어떻게 비교할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보리 세밀화 도감과 함께 파이돈(Phaidon)의 『Animal』과 『Plant』 등 동식물 이미지 서적도 소개한다. 애나 앳킨스의 시아노타입을 담은 책에서는 실제 식물 표본을 감광지에 직접 접촉시켜 얻은 형상을, 칼 블로스펠트의 책에서는 사진으로 확대된 식물의 형태와 구조를 살펴본다. 손으로 그린 이미지와 접촉으로 얻은 이미지, 카메라로 기록한 이미지를 나란히 비교할 수 있다.

에드 루샤의 책에서는 일상의 대상을 모아 책의 순서에 놓는 방식에, 루이스 발츠의 책에서는 산업 공간의 구조와 표면을 연속된 이미지로 살피는 방식에 주목한다. 베른트와 힐라 베허의 책에서는 비슷한 기능을 지닌 구조물들을 나란히 보며 공통점과 차이를 발견한다. 이들을 하나의 발전 순서로 묶기보다, 관찰과 기록, 수집과 배열의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함께 놓는다.

구본창의 《Good-bye Paradise》는 이러한 비교를 책 바깥으로 이어준다. 삽화 속 나비를 사진으로 복제한 뒤 표본처럼 핀으로 고정한 작품에서, 곤충 표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실제 나비가 아니라 나비의 이미지다. 그림이 사진으로, 사진이 다시 표본 상자 안의 사물로 제시되면서 이미지와 대상, 복제와 수집의 관계를 생각하게 한다.

책 곁에는 눈여겨볼 부분과 다른 책·작품으로 이어지는 연결점을 짚는 소개문을 함께 둔다. 관람객은 한 권의 책에 머물거나 서로 다른 책 사이를 오가며, 익숙한 형상에서 새로운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분류하는 눈》은 무엇을 보는가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보게 되는가를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는 11월 4일부터 15일까지 휴관 없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예약 없이도 현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